1. 여름과 가을 편과의 차이점
전편과의 차이점은 제목에서도 뚜렷이 나타나듯이 달라진 계절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자연의 삶이란 계절의 영향을 크게 받는 법이고, 달라진 계절에 따라 해야 할 일도, 얻을 수 있는 수확물도, 또 다음 계절을 준비해야 하는 일들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겨울과 봄 편에서는 전편과 다른 새로운 계절의 묘사와 함께, 계절이 지나며 무르익어가는 이치코의 내면에 대해서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름과 가을편의 마지막쯤 도착한 이치코의 엄마 후쿠코의 편지. 전편에서 이치코는 엄마의 편지에 대해 원, 이라던가 나선, 이라던가 알 수 없는 말만 쓰여있었다-라고 설명한 것에 반해 이번 편에서는 엄마의 이야기를 이해할 것 같다고 말하는 등 스스로의 성장에 집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참고로 여름과 가을 편(1시간 51분), 겨울과 봄 편(2시간)을 모두 묶어 편집해 둔 [리틀포레스트 사계절 편]이 있지만 (2시간 17분) 각각 보는 것보다는 편집되어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따로 보시는 편을 추천합니다. 사실 특별한 줄거리가 있는 영화라기보다는 한 장면 장면의 영상미와 조용히 흘러가는 계절로 인한 힐링이 주된 내용이기 때문에 굳이 축약된 버전으로 보시기보다는 충분히 여유와 시간을 두고 음미하며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2. 계절별 요리와 줄거리
가 계절별로 7개의 dish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각각의 요리에 얽힌 추억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음식에 대한 추억은 엄마와 얽힌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엄마는 어느 날 갑자기 코모리와 이치코를 떠났기 때문에 엄마의 레시피를 아는 음식도, 알지 못하는 음식도 있지만, 그래서 이치코는 엄마의 레시피에 더해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어갑니다.
겨울의 첫 번째 요리는 크리스마스 케이크입니다. 엄마는 논리가 중요한 사람이라 기독교인이 아니면 크리스마스를 챙길 필요가 없다며 냉정한 모습을 보였었지만, 외국인 손님이 오는 때가 있어서 그때만큼은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만들었습니다. 절반은 붉은색, 절반은 초록색으로 만들어진 네모난 케이크시트에 흰 생크림을 뒤덮은 케이크는 정갈하면서도 아름다웠습니다. 엄마와의 기억을 떠올리며 만들었지만 이치코가 만든 건 보라, 노랑, 흰색이 들어간 케이크입니다. 크리스마스 티타임을 하자는 친구 키코의 말에 우린 기독교인이 아니니 이건 송년회 티타임이라고 말하는 이치코는 역시 엄마를 닮았습니다.
이후 겨울의 음식으로는 어린 시절 학교에서 다 같이 만들었던 낫토떡에 대한 회상, 겨울에만 만들 수 있는 얼린 무 조림, 도시에 나갔을 때 호감을 가졌던 남자를 위해 쌌던 도시락, 적당한 타이밍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 팥으로 만든 찐빵, 눈을 치우고 먹는 따듯한 핫토(수제비), 키코와 싸운 후 화해하며 먹은 카레와 차파티, 봄부터 준비한 염장 고사리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봄은 새로운 시작입니다. 제철 채소와 산나물들이 많이 나오는 계절인 만큼 이를 활용한 요리들이 등장합니다. 방풍나물과 두릅튀김, 머위된장, 쇠뜨기 조림, 송어와 달래와 배추꽃 봉오리를 넣어 만든 파스타, 양배추 케이크, 감자빵 등입니다. 그중에서도 머위된장은 엄마가 집을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해둔 음식입니다. 평소와 같던 어느 날 이치코는 등교를 하며 엄마에게 친구 키코의 부탁으로 머위된장을 할 계획이니 머위를 뜯어달라고 부탁을 한 후 집을 나섭니다. 이후 돌아온 집에는 엄마가 완성해 둔 머위된장이 있고 엄마는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때를 떠올리며 이치코는 머위된장을 만들어 키코와 나누어 먹습니다.
계속해서 코모리를 떠나간 엄마와, 코모리로 도망쳐온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하던 이치코는 새로운 결심을 해나가는 것 같습니다. 감자요리를 하면서는 다음 겨울을 위해 다시 감자를 키울 준비를 해야 한다고 설명하지만 이치코는 감자를 심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다음 겨울에는 코모리에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결심한 즉시 이치코는 이를 행동으로 옮깁니다. 다음 장면에서는 이치코 대신 이치코의 양파밭을 돌보는 키코의 모습이 나옵니다. 치코는 언젠가 이치코가 코모리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믿음대로 5년 후, 결혼하여 코모리로 돌아온 이치코와 키코와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아기를 돌보는 우유타의 모습으로 영화는 마무리가 됩니다. 이치코와 키코는 코모리의 부흥을 위해 힘쓰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습니다.
3. 의문점과 추천 이유
학생인 딸을 두고 갑자기 사라진 엄마에 대한 비난이나 원망의 기색이 없이 애틋한 그리움만 보이는 영화의 내용이 의아하기도 합니다. 문화의 차이인 것일까요? 한국판 리틀포레스트에서는 이치코역할의 혜원이 수능이 끝난 후 엄마가 사라지는 것으로 바뀐 것을 보면, 역시 한국 관객이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이치코는 도망쳐서가 아니라 떳떳하게 코모리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렇게 떠나간 후 결혼을 해서 돌아온다는 결론 역시 당황스럽습니다. 코모리를 떠나 새로운 도전이나 성취에 관한 설명은 전혀 없이 혼인 여부만 바뀐 채로 돌아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일부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릿느릿 흘러가는 계절에 대한 묘사나, 농사짓기부터 재료 다듬기, 요리하기의 전 과정이 담긴 잔잔한 스토리, 자연 속에 있는 듯이 빠져들게 되는 훌륭한 영상미 등은 영화를 즐기기에 충분한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마음이 쉬고 싶은 날 시간을 내어 천천히 감상하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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